영화이야기

[콘크리트 유토피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July.11th 2023. 8. 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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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 2023

엄태화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대지진으로 모든것이 무너지고 아파트만 남았다. '우리 황궁아파트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격인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대지진 이후의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립된 공간 한정된 자원 그리고 다양한 인간상의 조합을 통해 서사를 만들어간다. 특히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주요인물로는 아파트의 대표가 되어 오로지 아파트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영탁', 아내를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살아가는 '민성', 아파트보다 사람을 우선시 하는 민성의 와이프 '명화', 아파트의 여론을 만들고 영탁을 움직여 주민들을 선동하는 부녀회장 '금애' 정도를 들 수 있다.

 대지진이 나고,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아파트인 '황궁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극한의 상황에서 나타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재난영화를 좋아하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이런류의 영화에 기대하는 부분은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상상력의 시각화, 그리고 고난상황속에서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의 모습일 것이다. 이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전반적으로 킬링타임용 영화이상의 감흥을 주기에는 내 기준 두 가지 부분 모두 아쉬움이 있었던 작품 이었다.

1. 상황설명의 부재

 웹툰을 보지 않은 관객도 영화에 몰입시키기 위해서는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의 어떤 장치라도 있었어야 했다. 물론 영화의 포커싱이 왜 재난이 생겼는지 보다는 그 상황속에서의 인간들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하는 부분에 있다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이 세계관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정도도 주지 않았던 부분 때문에 영화초반에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2. 부족한 갈등

 무대는 꾸려졌다. 대지진으로 아파트밖의 상황은 아비규환이지만 황궁아파트 주민들만은 대표를 필두로 자급자족하며 사회를 굴러가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자원이 부족해져가고 서로를 의심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진행되고 영화의 갈등이 펑하고 터지면서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대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갈등을 점점 더 예열시켜가면서 극단으로 치닫게 할 수 있었을것 같은데 갑자기 피치를 올리며 펑터지고 짜개 식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러닝타임의 한계때문이라고 해도 영화적 재미를 위해 이 부분은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3. 민성의 캐릭터

 대표와 부녀회장 명희 등은 각자의 캐릭터의 본성에 집중하며 계속 플레이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있는 민성은 상황의 변화와 관계의 변화속에서 가장 변주가 많아야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화내에서 캐릭터의 모습이 가장 달라지는 것이 민성인데 그 모습이 악하게 변한 것도 아니고, 착하게 본인의 모습을 지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정쩡하게 있는 방범대장정도의 역할로 밖에 안보여졌다고 생각한다. 대표를 따라 외지사람을 죽이거나, 혹은 박보영이 돕는 외부인들을 직접 고발한다거나(내가 하지 않고 누가 발견하기라도 하면 우리 부부는 다 끝이야!!! 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는 극한의 변주를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웹툰을 원작으로한 영화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신선한 소재와 상상력을 스크린화 했을 때의 시너지 때문일 것이다. 평면적인 웹툰이라는 매체에서 스크린이라는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매체로의 변경은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웹툰이라는 장시간동안의 서사 연재가 거듭되면서 몰입감이 서서히 올라가고 세계관에 빠져는 웹툰과 달리 영화는 단시간에 몰입감과 완성도 모두를 끌어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이 경우 감독들은 두 가지 선택지에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모든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다 담을 것인가' 혹은 '가장 핵심스토리에만 집중할 것인가' 정도로 말이다. 어느쪽이든 한쪽으로 확실한 방향을 주는 것이 관객이 영화를 이해하게 하거나 빠지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러한 측면에서는 두가지 방향성 그 어딘가 사이에서 멈춰버린게 아닌가 싶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일까. 좋은 점도 많았지만 아쉬운점만 적게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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