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영화를 개봉한지 2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보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번째, 존 내쉬라는 인물로 뷰티풀마인드라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낸 론하워드가 만든 또 하나의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라는점.
두번째, 개봉 당시 매우 짧은 상영기간과 적은 개봉관수로 인해 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아있는 작품이었다는 것.
영화는 극단적으로 두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예전 영화프로그램 소개에서 본 기억으로는 연극과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인물중심으로 카메라가 돌아가는 영화라고 한 것 같다. 뭐 아니면 말고.
여기 한 남자가 있다. 한 때 매우 잘 나갔던 뉴욕 TV쇼의 진행자였고,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꽤 유명한 TV쇼를 진행하고 있는 남자 프로스트. 나 같은 소시민이 보기엔 부족할 것 없는 삶이지만 최고의 시절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이 남자. 그런 이 남자에게 호기심어린 장면이 포착된다. 바로 닉슨의 퇴임식었다. 전 세계 4억인구가 주목한 이 퇴임식 생중계를 보며 그는 부와 명예를 단박에 챙길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그와의 TV대담을 준비한다.
여기 또 한 남자가 있다. 한 때 최고의 정치가였고 Mr.President 라고 불렸던 그 남자. 하지만 워터게이트사건과 불필요한 전쟁등의 책임으로 미국역사상 최초로 임기중 사임을 당한 이남자. 바로 미국의 제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정치인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명예를 모두 잃은 그이지만 아직도 정치권으로의 복귀를 꿈꾸고 있다. 그런 그에게 프로스트가 TV대담을 제안한다.
이 두 남자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스트는 현재의 삶이 그리 척박하지 않음에도 더 위를 보고 더 높은 지점에 올라가고 싶어한다. 영화에서 그는 조금 무모하다 싶을정도로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려고 발버둥 친다. 닉슨역시 마찬가지 이다. 자신의 과오로 모든것을 잃었지만 사과는 커녕 TV대담이라는 발판을 딛고 다시 한번 정치계로 나아가려고 한다. 이 둘의 욕심이 TV대담에서 테이블을 사이에두고 마주하게 된다.
총 4번으로 기획된 TV대담 그 중 3번의 대담에서 프로스트는 힘 한번 쓰지 못한채 닉슨에게 당하고 만다.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결과였다. 닉슨은 이 TV대담을 통해 다시한번 정계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해야 했고 그것이 없다면 닉슨의 남은 삶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스트는 진실을 마주하는 자세가 아닌 자신의 부를위해 세계적인 사건인 워터게이트의 닉슨을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돌아갈 곳이 있는 한 남자와 뒤가 없는 싸움을 하는 한 남자. 이 두 남자의 대결은 그렇게 싱겁게 닉슨 띄워주기로 끝날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마지막 대담을 앞두고 한번의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이 기간동안 두 남자의 처지에 약간의 변화가 찾아온다. 프로스트와 프로그램의 광고에 대한 계약을 맺었던 곳들이 하나둘 곤란하다는 의사를 표명하기 시작하고, 불안불안 했던 프로스트의 프로젝트는 난항을 맞이하게 된다. 이 대담이 성공하지 못하면 프로스트에게도 남은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닉슨은 지난 3번의 대담을 성공적으로 마쳤기에 그리고 그 대담을 통해 다시금 호의적인 시선들이 생겨나고 있었기에 조금은 방심을 하게되고 그 방심은 늦은 시각 술에 취해 프로스트에게 전화를 하게한다. 그리고 그 전화를 통해 프로스트는 이대로는 주저 앉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닉슨을 잡을 결정적 단서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제 더 절박한 쪽은 프로스트였다.
이 사건은 실화이므로 결론적으로 프로스트의 승리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하지만 뻔한 결말로 갈 뻔한 이 영화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주는 결정적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 이 부분에서 등장하게 된다. 바로 사죄를 하는 닉슨의 촉촉한 눈가와 표정이다. 프랭크 란젤라는 이 표정하나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후보에 올랐다고 해도 과헌은 아니겠다.
바로 프로스트가 정확하게 짚어낸 단서들로 닉슨이 궁지에 몰리며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해명하고 사죄하는 대목인데 이 대답을 이끌어 내기까지의 전개가 아주 긴박하면서도 몰입할수 있도록 클로즈업이나 모니터에 비친 닉슨의 얼굴등의 장치로 잘 표현된 것 같다.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수 있다.
닉슨의 자백으로 이 TV대담은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었고, 프로스는 부와 명예 모든것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닉슨은 자신의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의 두 축을 이루었던 두 남자중 한명의 남자는 광명의 길로 뻗어 나갔고, 나머지 한명의 남자는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여생을 마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닉슨의 파멸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한 정치가의 내면을 여러가지 장치를 통해 보여주면서 마무리짓는다.
닉슨이라는 정치적인 인물을 다룬 영화지만 정치적이라기보다 각각의 인물들의 내면과 특성을 잘 버무려서 엮어낸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욕심과 절박함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 이었다.
영화를 보며 하이라이트인 닉슨의 사죄장면에서 브라운관에 비친 닉슨의 모습이 전세계에 방송되는 모습이 나오고 그것을 미국 국민들이 보는 장면이 조금이라도 삽입 됐더라면 닉슨의 사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것이 얼마나 큰 역사적 사건인지를 보여주는 장치가 되었을 텐데 왜 프로스트가 대서특필되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점만 비춰주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것은 이 영화가 정치적인 사건을 다룬 것이 아니라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것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결론을 내어보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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