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를 보고난 뒤 주변의 지인에게 이 영화의 대략적인 전개를 이야기해주며 추천하자, 대뜸 '그래서 아이를 다시 데려가?'라고 내게 되물었다. '이봐 이영화의 포인트는 그게 아니라구, 그런 결과적인 내용에 주목하는 영화가 아니야!'라고 어줍잖은 잔소리를 건내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그냥 봐봐'라고 대화를 성급하게 마무리 지었다.
나는 왜 이영화에 대해서 사람들이 '그래서 아이를 다시 데려갔어?'라고 묻는지 모르겠다. 대체, 왜? 또 이 영화를 검색했을때 나오는 연관검색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결말, 스포' 나참 어이가 없어서 원. 모든 작품은 결국 청자의 해석이 완성하는 것이라지만 난 도무지 이러한 결론을 내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건내야 할 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적어도 이 영화를 진지하게 마주한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은 하지 말아야하는게 '어쩌면 당연한' 그런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 푸념은 여기까지하는걸로.
영화를 접한 계기는 내가 참 좋아하는 후배녀석의 아 엄밀히 말하면 후배는 아니고 동생인데 선배인 그런 동생녀석의 페북 감상평에서 출발했다. 언제나 참 좋은 리뷰를 적는 녀석이므로 '시간이 나면 꼭 봐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어쩌면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영화는 잔잔한 여느 일본영화들처럼 그들의 일상을 차분하게 조명한다. 도쿄중심가에서 활약하는 유능한 직장인 아버지, 단란한 가정에서 자란 정숙한 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귀엽고 똘망똘망한 아이. 집은 도심한가운데의 고급아파트, 경제적 물질적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21세기의 가족의 모습을 초반부 차분하게도 조명한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가정에 뜬금없이 날아드는 비보는 다름아닌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 지금의 단란한 가정의 한 축인 아이가 사실은 나의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아이라는 것. 갑자기 날아든 이 사건으로 영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여느 영화들과 달리 영화는 과속을 하거나 오버페이스로 관객을 몰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층 더 차분한 시각으로 한장면 한장면 가족의 일상을 조명한다.
영화에는 이 '완벽한'가족과 대치되는 또 하나의 가족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료타의 가족과 정 반대에 있는 가난하고, 어찌보면 떨어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가족이 주인공의 가족보다 나아보이는 점이 있다면, 아니 객관적인 지표들로 봤을 때 나은점을 따지자면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왠일인지 이 가족은 항상 즐거워 보인다.
이 두 가족은 아이를 바뀌게 한 두 병원의 중재를 통해 자주 만나게 되고, 주말마다 아이도 각각의 집으로 보내서 살아보게 하며 조금씩 지금까지 지내온 아이와 이별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당신은 과연 어떠한 가정을 꾸려갈 것이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대척점에 있는 두 가족이 어우러지며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쪽은 '부족해'보였던 유다이의 가족이 아닌, '완벽해' 보였던 료타의 가족이다. 이러한 전개를 통해 영화는 점차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영화는 이 두 가족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료타의 가족사를 조금씩 등장시키는데, 친아버지와 새어머니 밑에서 자라 부모님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료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새어머니가 주었던 사랑을 깨닫는 아니 앞으로 깨닫을 지도 모를정도의 아주 간단한 터치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있을 주인공의 심경의 변화를 예고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어쩌면 료타의 내재된 감정들 속에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애정을 주는 새어머니의 모습을 자신에게 투영하여 친자식이 아니지만 케이타를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될수도 있다라고, 스스로 자신을 설득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두 가족은 친자식을 키우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료타는 겉도는 아이를 위해 더 노력하고, 시간을 할애하며 아이에게 정성을 쏟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료타주니어와 함께 '더 완벽한' 가족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완벽한 가족'이 '좋은 가족'이라고 믿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의 그대와는 달리 아이는 따라와주지 못하고, 오히려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기만 한다. 료타는 계속해서 노력하며 조금이나마 아이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유다이의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어한다.
이 후 영화는 료타가 모르고 있던 케이타의 진심을 보여주며 참아왔던 감정들을 폭발시킨다. 드디어 료타는 자신이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케이타에 대해 진심을 숨길 수 없게되고, 완벽한 가족이 아닌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가기 위해 케이타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도망가는 케이타를 따라가며 내뱉는 료타의 대사는 그러한 감정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드러내며 '아버지'라는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렇게 폭발시킨 감정들은 단란한 가족이엇던 유다이의 집을 줌아웃해가며 마무리 된다.
내가 이 영화의 후반부를 자세히 다루지 않고 간단하게 정리만 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이 영화는 결론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보다는 그야말로 과정이 중요한 영화가 바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고, 언젠가는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친구들에게 꼭 한번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이다.
아이를 낳는 순간 누구나 아버지가 될 수 있지만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해주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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