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어바웃 타임] 가장 담백한 시간여행 영화.

July.11th 2013. 12. 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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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퓨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나비효과, 어바웃타임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맞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는 영화라는 점이다.

 

영화를 보기전 나의 초점은 단 하나였다. 과연 이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얼마나 기존의 것들을 답습하지 않고,

이를테면 벤자민 버튼처럼 너무 처절한 시간여행을 한다거나, 나비효과 처럼 극단을 넘나드는 선택의 결과들을 나열한다

거나 하지 않고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로 로맨스를 요리할 것이냐에 맞춰져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바웃 타임은 그러한 나의 조금은 삐딱햇던 시선을 미리 알아채기라도 한듯이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영화의 끝나면 위의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에 존재하는 영화가 되어있다.

이 영화의 어떤 점들이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까?

 

영화의 초반부는 할리우드의 수많은 찌질이+미녀 조합의 로맨틱코메디의 노선을 택하는 듯 하다. 전혀 섹시하지 않은 주인공은

언제나 그랬던 타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스무살이 될때까지 여자손한번 못잡아보고, 이대로 40살까지 못해본 남자가 될것만

같다. 하지만 그때 구세주처럼 아버지의 고백이 이어진다. '너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여기까지 이 영화는 그저 뻔한 하이틴 영화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섞어만든 크리스마스용 킬링타임 영화입니다. 라고

떠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의 전개부터는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시간여행이라는 걸출한 능력을 보유하게 된

주인공(팀)이지만 그 능력으로 바뀌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떻게든 해볼라고 했던 여자는 시간여행을 하거나,

했거나, 했더라도 한번 안되면 끝까지 안되었고,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던 수많은 가수들과 연애컬럼리스트들을

부끄럽게 만들정도로 '안될놈은 안되'라는 교훈을 명백하게 내세워 주면서 있는자들에겐 웃음을 없는 자들에겐 비소를

주는 역설적인 영화의 장면들이 지나간다.

 

어쩌면 나는 이부분에서부터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이질적인 능력이 아닌 그냥 있을법한 이야기로 치부하게되면서 영화

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는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거나 영화는 그렇게 진행되며 주인공은 시간여행 능력은 있으나 마나한

취급을 받으며 흘러간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의 히로인이자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택하게 한 이유인 레이첼 맥아담스(메리)가 등장한다.

예상대로 그녀는 귀여웠고, 사랑스러웠다.(물론 섹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평범하기 이를대 없는 팀과 메리의 연애는

수많은 평범한 남자들이 '나도 언젠가는 저런 미녀와 연애할지도 몰라!'라는 환상을 심어주며 영화에 점점더 몰입시켜준다.

 

그렇게 로맨스는 여기까지. 영화는 지금까지 에피타이져는 맛있게 드셨나요? 라고 말하는 듯이 삶과 시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시작한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돌이킬 수 없는 수많은 선택의 지점들, 그리고 선택해야하는 사람들, 예정된 이별

들을 차례로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나의 하루, 나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끔 만들어 준다.

 

어바웃 타임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이점이다. 초중반부의 즐겁고, 현실적인 로맨스를 보여주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마무리

를 통해 로맨틱코미디가 주는 즐거움과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중 하나인 '생각'이라는 걸 하게 해주는 영화라는 점이다.

모 영화기자는 일상과 환상사이라는 평을 남기며 별점 3개를 부여했던데, 나는 '일상과 일상사이의 소중함'정도로 이 영화를

주제넘게 평해보고 싶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생각을 하며 영화관을 나설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넉달만의 영화이야기 끝.  

 

 

p.s 크리스마스만 되면 All you need is love를 외쳐대 주시는 아버지 역의 빌 나이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재미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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