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전도연과 하정우의 멋진하루.

July.11th 2010. 6. 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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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헤어진 애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찾아가서 벌어지는 하루동안의 이야기.

이 매우 초라한 이야기 일 것 같은 영화의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멋진하루이다.

예전부터 전도연 하정우라는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꼭 보고싶었던 이 영화를 지방선거님이

주신 꿀같은 수요일에 감상하게 되었다. 전도연,하정우와 조금은 독특한 시나리오의 만남

나는 '재밌을까?'라는 의문보다 '어떻게 전개가될까? 마무리는?"하는 물음을 가지고 멋진하루를 시작했다.


영화의 대부분은 두 배우의 대화로 이루어져있다. 저렇게 주머니에 손을 넣은체.

병운은 천진난만하다. 사업실패, 주변의 무시에도 그냥 그렇게 웃어넘기며 살아간다.

희수는 불친절하다. 병운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순간부터 하나하나 모두.

영화는 계속해서 둘의대화와 표정들로 이어져 나간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병운의

말과 희수의 표정으로 이어져 간다. 대책없이 사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해대는

병운에게 희수는 '후 이자식은 언제쯤 철드려나'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하지만

처음 350만원을 받으려 왔을때의 까칠한 태도는 계속된 시간의 경과속에서 누그러진다.

영화속에는 둘의 성격을 나타내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있는데 차에서 내릴때마다 네비를

숨기고 내리는 희수나 돈한푼 없지만 식사는 제대로 해야된다는 병운. 비가와서 우산을 쓸

때에도 희수쪽으로 기울여 주는것이 아니라 자기쪽으로 당겨서 같이 쓰자는 병운의 모습.

강한척 하지만 지하철에서 철없게 효도르 얘기를 해대는 병운을 보며 울음을 터뜨리는 희수.

이런 장면들에서 직접적이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둘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어렵지 않다. 돈을 갚으라며 찾아온 전 여자친구를 데리고 그 돈을 갚기위해

여자친구 핑계를 대며 또다시 돈을 빌리는 남자의 이야기. 하지만 전개는 조금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돈에 얽힌 치졸함과 비굴한 모습보다는 그저 당당하게 마치

자기돈인 것마냥 돈을 빌려대는 병운의 모습과 그 과정에서 위트..라기보단 조금 시덥잖은

말장난들로 일관하는 태도. 그리고 그런 그를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욕이나 실컷 해주려던

희수의 태도가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장 좋았던건 하정우와 전도연이라는 배우였지만 사실 내가 이영화를 끝까지 집중해서 본건

뭐랄까 철부지 어린애 같이 못난짓만 골라서 하는 병운이라는 캐릭터였다. 진지함이라고는

요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30대. 하지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왠지 모르게 내 모습을 보고있는 것 같았다. 


역설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멋진하루라는 제목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 그냥 멋진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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