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her] 육체가 없는 사랑과 사랑이 없는 육체적 관계의 고찰

July.11th 2014. 6. 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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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그녀)] 

 

사랑했던 여인과의 지지부진했던 관계를 끝내고, 지루하기 짝이없는 삶을 살던 한 남자는 드디어 자신을 완벽히 이해해주며 지적인 사유와 취향까지 완벽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여인과의 연애를 시작한다.

완벽해 보이는 이 연애에서 딱 하나 부족한 것. 그녀는 육체가 없는 인공지능 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게 만든 영화 her이다.

 

 

 영화는 120분 내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던진다. 주인공은 사랑했던 여인과의 이별 후 우연히 만나게 된 OS(컴퓨터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어쩌면 완벽할 줄 알았던 사만다 또한 OS로서의 한계를 보여준다.

 

 영화는 단순히 '아, OS랑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어 사랑이란 인간과 인간과의  고유한 영역이야'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사랑'이라는 요리를 설명하는 방식에 OS의 와의 사랑이라는 양념과 조리법을 가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는 육체가 없는 사랑과, 사랑이 없는 육체적 관계에 대한 장면들이 나오는데 OS인 사만다가 자신의 유일한 결점인 육체가 없다는 점을 채우기 위해 이자벨라라는 소녀를 테오도르의 집으로 보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테오도르는 그녀를 대신한 그녀와 사랑을 나누려 하지만, 왠지 거북한 느낌이 들었고, 이를 거부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테오도르가 육체적인 섹스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거나 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얼마 전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와의 하룻밤을 위해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기도 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과는 상반되게 진짜 감정을 주고 있는 사만다를 대신할 육체를 마주하고서는 오히려 거북해하며 도망친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여기서 약간 영화의 위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자벨라라고 나오는 여인이 사만다 목소리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 가능 성이 농후하다.)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주인공의 감정변화를 표현하는데 대부분의 낮장면은 빛을 최대한 활용하여 과장되게 밝은 느낌으로 담으면서도, 밤장면의 경우 최소한의 조명으로 어둠속의 고독한 주인공을 표현한다. 어쩌면 이는 OS와의 사랑으로 행복해하는 주인공에게 어딘가 채울수 없는 그러한 공허함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육체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던지는 또 다른 장면들이 있는데, 테오도로와 전 부인과의 회상씬에서 농담삼아 테오도르를 레빗이라고 부르는 부인의 장면이나, 회사동료가 테오도르를 향해 던지는 농담등의 표현과 소개팅녀에게 자신안에 용이 있다고 과장하는 모습, 남자성성보다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핑크색 계열의 옷을 즐겨입는 테오도르의 모습들인데 이는 육체적관계를 두려워하는 그의 모습을 은유하며, 육체가 없는 사만다와의 연애를 더욱 합리화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영화는 사만다가 테오도르 뿐 아니라 수 많은 다른 사람들과도 커뮤니케이션하고, 사랑하는 OS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와 함께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육체가 없는 것 따위는 상관없었던 테오도르의 감정도 함께 폭발한다. 그리고 결국 사만다와의 연애도 시스템 종료된다.

 

 사랑은 혼자 할 수 없다. 나만 이해해 줄 수 없으며 또한 그녀에게만 이해를 바랄 수도 없다. 캐서린에게도 사만다에게도 테오도르는 이해가 없는 사랑만을 요구했던 것은 아닐까. 감독은 테오도르가 육체적 쾌락을 대표한 캐서린과도, 정신적 쾌락을 대표한 사만다와도 결국에는 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순간의 감정도 육체적, 정신적 쾌락도 아닌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15년지기 에미이와 어깨를 나누는 장면으로 끝나는 이 장면에서 감독은 그런 메세지를 던지려 한 것은 아닐까.

 

 2025년에 일어날 법한 상상력으로 1025년에도 고민했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 her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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