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수리남] 수 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July.11th 2022. 9. 1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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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2022

수리남 SURINAME, 2022

윤종빈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장첸

 

 8월부터 내내 추석을 기다렸던 이유는 오랜만에 갖는 부모님과의 시간과 좋아하는 명절음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리남 때문이었다. 넷플릭스, 윤종빈, 하정우, 황정민, 마약, 실화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을 설명하는 단어의 나열만으로도 대단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으며, 적절한 긴장감과 긴박함이 가득한 예고영상은 수리남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기다렸던 수리남이 오픈되었고, 연휴의 마지막날 설레는 마음으로 넷플릭스 버튼을 눌렀다. 뚜둥.

(여기서부터 스포주의)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던 강인구(하정우)는 어릴적 친구인 응수(현봉식)의 제안으로 수리남에 홍어무역을 하러 떠난다. 홍어무역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안 첸진(장첸)의 위협에 전목사(황정민)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지만, 되려 인구의 홍어 수출 컨테이너에서 코카인이 발견되며 감옥에 수감된다. 이런 강인구에게 국정원 차팀장(박해수)이 접근하게 되고, 수리남 마약왕이었던 전목사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잃었던 강인구는 전목사를 잡자는 차팀장의 제안을 수락하고, 이억만리 타지에서의 한국인 마약왕의 검거작전을 진행하게 된다.

 역시나 배우들의 짬에서 나오는 연기력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어줬다는 점. 하정우는 강인구 같았고, 황정민은 전목사 같았다. 다만, 나의 사견으로는 하정우는 어떤 작품에서 본 듯한 하정우였고, 황정민은 아수라에서 봤던 극악 무도한 안남시장의 그것과 오버랩되는 측면이 있었다(물론 모든 관객이 배우들의 다른 작품을 보지는 않았을테니, 이건 단순한 나의 감상일 뿐이다.) 익숙한 연기가 주는 익숙한 즐거움은 익숙한 잔상을 남긴다. 감독이 배우의 캐스팅에서 고려해야 할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하정우와 많은 작품을 했던 윤종빈 감독이었다면 훨씬 더 그러한 점을 고려했을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하정우의 능청스러운 유머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강인구로써의 연기가 거슬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보는 내내 익숙한 즐거움을 느꼈다. 다만, 신선함이 떨어졌을 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것도 아주 흥미로는 소재를 시리즈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생 처음들어보는 나라에서 겉으로는 개척교회의 목사로 지지를 받으며 살아가는 한국인, 그의 이면에 있는 마약상이라는 진짜 얼굴. 그리고 그곳에서 사업을 하려다 사건에 휘말리는 한국인 사업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조사하는 국정원 요원. 재료가 아주 잘 준비된 키친에서 요리를 하는 감독마저 스타셰프라니 어떠한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의 이야기가 나옴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기대하는 레스토랑에 기다리고 기다려서 자리에 앉았을 때 딱 기대한 수준만큼의 음식이 나온다면 어떨까? 내가 생각치 못한 크리에이티브가 나오지 않았다면 기대는 그만큼의 아쉬움으로 돌아올 것이다. 나에게 수리남이 그러한 레스토랑이 아니었을까.

 너무 많은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수리남에 가게된 하정우의 백그라운드부터 안목사를 수사하는 국정원 요원과 수리남이라는 곳에서 목사와 마약상을 동시에 하고 있는 안목사. 여기에 더불어 중국계 조직원으로 있다가 안목사 쪽에 붙어서 생활하고 있는 변전도사(조우진)와 무조건적으로 안목사를 추종하는 성준집사(김남귀), 그리고 그 주위에 안어울리지만 함께 하는 데이빗 팍(유연석) 이들의 이야기만으로도 담기가 차고 넘치는데, 안목사를 추종하는 이 종교집단의 어떤 비밀스러운 의식과 광적인 행동들까지 전개되며 과연 감독은 얼마나 큰 부대에이 술들을 담으려는 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영화의 큰 줄기는 흐트러짐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큰 줄기아래의 작은 이야기들은 그 사이에서 사장된다. 무엇보다 강인구가 겪었을 돈과 정의 복수심과 실리 사이에서의 갈등이 많이 보여지지 않은 것이 아쉽고, 그 갈등에서 정의를 택하게 될 트리거포인트가 될 안목사 종교집단의 광신도적인 행위들의 묘사가 누락된 점이 아쉽다. 애초에 영화로 기획되었다가, 이야기의 양이 너무도 방대해서 6화짜리 시리즈로 변경된 걸로 알고 있는데, 나와야 할 장면들이 나오지 않고 넘어가는 순간순간 6회 동안에도 담기에 어려운 이야기의 크기가 느껴졌다.(그만큼 소재가 흥미롭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윤종빈 감독이 모를리 없었겠지만 시리즈가 더 길어지면서 올 수 있는 손해와의 적절한 타협을 시도한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시리즈가 인기를 많이 얻는다면, 각각의 주요 인물들의 내러티브에 집중에서 인물의 백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한 에피소드를 엮어서 감독판을 하나 내주는 것도 수리남을 기다리고, 빠져있는 많은 관객에게 흥미로운 선물이 될 것 같다.

 2시간에서 6시간으로, 영화에서 시리즈로까지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다 담기에는 너무나 부족해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재미의 양을 따지자면 차고 넘쳤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이었다.

+ 감독님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나 만약에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촬영하고 아쉽게 편집할 수 밖에 없었던 내용들로 꼭 감독판 내주세요. 4화정도로 기획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리남 디렉터스 캐릭터 필름(1화 강인구, 2화 전목사, 3화 차팀장/변기태, 4화 성준집사,정권사)

+ 조우진 배우님의 연기변신이 꽤나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정우 배우님과 황정민 배우가 주는 익숙함을 상쇄시켜주는 신선함.

+ 적고 보니 아쉬운 점이 훨씬 많았지만 절대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고, 기대한 만큼 보이는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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