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스플릿] 어쩌면 스트라이크 보다 더 중요한 건 스페어처리 일지도

July.11th 2016. 11. 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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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




스플릿, Split, 2016

최국희

유지태, 이다윗, 이정현



 언제나처럼 무의식적으로 TV를 켰다. 올레TV는 원치 않아도 무비스타소셜클럽 이라는 영화방송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보여주는데,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그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방송에는 최근 굿와이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유지태가 나와 있었고, 그때의 말끔한 모습과는 다른 아주 히피한 모습으로 등장해 있었다. 그렇게 영화 스플릿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지태가 소개한 영화 '스플릿'은 '볼링'이라는 종목을 다루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신선하거나  매력적인 줄거리를 가진 영화는 아니었다. 다만, 소싯적 나름 볼링좀 쳐 본 사람으로써 브라운관에 펼쳐지는 예고편 속 볼링핀이 시원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아드레날린이 샘솟았고, 이와 더불어 '유지태'라는 배우에 대한 의리와 '볼링'이 소재인 영화의 신선함을 기대하며 '스플릿'을 선택하게 되었다.


 '스플릿'은 전형적이다. 한때 유명했던 스포츠스타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어떠한 계기로 인해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익히 많이 봐 왔던 그런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볼링'이라는 스포츠를 '도박'의 소재로 사용하고, '자폐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전형성을 어느 정도는 탈피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영화는 두가지 큰 축으로 전개된다. 철종과 영호의 브로맨스가 한 축이고, 철종과 두꺼비의 갈등이 한 축이다.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에서 영호의 등장은 간간히 웃음짓게 하는 포인트가 되며, 철종이 영호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비춰주며 관객들이 인간적으로 철종에게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리고 철종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찬 두꺼비의 존재로 인물들간 갈등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며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극을 전개한다. 다만, 그 갈등의 크기가 관객들이 땀에 손을 쥐게 할 정도 였는지는 의문이다.


 '스플릿'에는 상당히 많은 '복선'이 사용된다. 어딘지 이상하기만 했던 영호의 행동들이 그렇고, 발을 까딱이는 철종의 버릇과 손가락을 까딱이는 두꺼비의 루틴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열등감속에 감춰진 '천재' 철종을 닮고 싶엇던 '2인자' 두꺼비의 속내를 비춘다. 전통적인 클리셰인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모습처럼 말이다.


 '스플릿'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적 전형성을 충실히 따르면서 요소요소의 포인트를 놓치지 않은 영화이다. 필기 열심히 하고, 과제 열심히 해서 당연하게 예상했던대로 B학점을 받은 학생이 만든 영화같달까. 주인공들의 위기상황과 갈등을 좀 더 세게 몰아부쳤더라면, 더욱 공감되고 흥미로운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영화의 제목인 '스플릿'처럼 말이다. 


 소싯적 볼링 좀 쳐봤다하는 사람에게는 추천, 딱히 볼 영화가 없지만 오늘은 딱히 할게 없어서 꼭 영화데이트를 해야하는 연인들에게도 추천, 유지태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싶은 사람에게도 추천, 이정현과 이다윗의 팬에게도 추천, 도박이라면 환장하는 사람에게는 비추천하는 영화 '스플릿'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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