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데몰리션] 당신은 누군가에게 자신을 온전히 분해해서 보여준 적이 있습니까?

July.11th 2016. 8. 4. 13:17
반응형

 

 

 

 

 

데몰리션 Demolition, 2015

장 마크 발레

제이크 질렌할, 나오미 왓츠, 크리스 쿠퍼

 

 

아내의 죽음, 그 이후 찾아온 무감정의 연속,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본 적 있을 법한 슬픔 앞의 무감정 상태. 슬퍼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감정은 스스로 슬퍼하지 못한다. 무언가가 고장나버린듯한 마음. 어딘가에서부터 꼬여버린 감정상태를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걸까.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앞에서 왠일인지 눈물이 나지 않는다. 분명 사랑하는 그녀였고,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그녀였다. 하지만 어쩐지 그녀의 죽음앞에서 슬프지가 않다.

 

 “뭔가를 고치려면 전부 분해한 다음 중요한 게 뭔지 알아내야 돼”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는 아내의 죽음 이후 주위의 모든 것들을 분해해 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고장난 마음을 분해하는 대신 자신을 둘러산 것들을 부수고 분해하며 고장난 감정의 원인을 찾아보려는 발버둥처럼 말이다. 마치 정신이 나간사람처럼 주위의 것들을 부수고 분해하며 파괴한다. 이와 함께 본인의 삶마져도 함께 망가뜨린다.

 

잘나가던 화이트칼라였던 그는 정장대신 작업복을 입고, 구두대신 군용 워커를 신는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아내 대신 대마초에 중독된 캐런(나오미 왓츠)과 그의 아들 크리스가 있다. 그들은 보여지는 공통점이 전혀 없지만 설로의 결핍을 나누며 감정을 공유하고 결핍의 부족을 해소해 나간다. 조금씩 웃기 시작하고, 즐거워 하며 말이다.

 

"말할 수 있는 비밀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우리는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말할 수 있는 비밀들을 내뱉는다. 비밀인척 하지만 비밀이 아닌 알려져도 그만인 것을을 비밀인양 공유하며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다르다. 서로의 결핍을 가감없이 나눈다. 자신의 삶, 남편과의 관계, 마약중독, 성정체성의 혼란 등 내뱉을 수 없는 각자의 비밀들을 스스럼없이 공유하며 벽을 허물고 감정의 자유를 얻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진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80%, 90%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온전한 나의 감정을 내뱉을 수 있는 대상은 없었다. 내가 솔직하지 못한 탓일까, 어쩌면 누구도 할 수 없는 행동인 걸까.. 영화가 끝나 후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자신을 온전히 분해해서 보여준 적이 있습니까?"

 

 

쉽지 않고, 불친절하지만, 왠지 끌리고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 데몰리션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