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야기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 당신은 누군가 추억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July.11th 2015. 10. 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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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 2015

박선호PD

경수진 최우식 유하준

 

여기 한 여자와 남자가 있다.

한 여자는 돈도 꽤 많고, 고학력에 예쁘기까지 하다. 아, 이여자는 불치병이다.

한 남자는 가난하다. 학력은 중졸이며, 외모는 평범하다. 당연하게도 한 여자를 지독히도 사랑한다.

아주 평범한 설정의 이 드라마는 제목 하나로 든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어 버린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이다.

 

 

<10년만에 다시 만난 미수와 동수>

 

그렇다. 이 드라마는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때문에 이 드라마는 죽는다는 것을 공표하며 출발한다.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 죽음은 식상한 반전의 키 따위가 아닌,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이며 소재이다. 이 역설적인 드라마의 제목으로 인해 전형적인 설정들은 새로운 색깔을 입게 된다. 여주인공이 왜 죽게 되고, 뭐가 슬프고 따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 어떤 장례식이길래 판타스틱할까? 하는 물음이 나이 머릿속을 멤돌았다.

 

   내가 꿀 같은 연휴기간에 이 드라마를 택했던 이유는 할 일이 없어서도 아니고, 경수진이라는여배우를 좋아해서도 아니고 단순히 최우식이라는 배우 때문이었다. 그는 케이블, 공중파 드라마에서 조금 찌질하고 허당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을 자주 보여주었는데. 나는 이 드라마에서도 이 배우의 평범한 듯한 찌질함의 매력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되었다.

 

 

<미수와 동수> 

 

드라마의 줄거리는 이렇다. 세상에 딱히 의지할 곳이 없고, 딱히 미련도 없는 여자주인공 미수는 어느 날 학창시절 내내 자신을 따라다녔던 미수바라기 남자주인공 동수를 다시 만나게 된다. 동수는 심장이식수술로 인해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체 유리를 닦는 일을 하고 있다. 여러모로, 다방면으로 미수와 동수는 참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다. 드라마는 이질적인 두 사람을 짝사랑이라는 키워드와 삶에 대한 애정을 통해 조금씩 가까워지게 한다. 삶을 끝내야 하는, 조용히 잘 정리하고 싶은 미수에게 동수는 자꾸만 삶이 즐겁게 되고, 살아가고 싶게 하는 애증의 존재가 되어간다. 그런 그를 뿌리칠수록, 그의 맹목적인 사랑은 오히려 더 강하게 그녀를 살고 싶게 한다.

 

<미수를 끝까지 진심으로 안아주는 동수> 

이 둘은 몇 번의 이별을 겪지만, 결국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그리고 동순는 미수를 위해 세상에 없을 판타스틱한 생전 장례식을 치러준다. 극 초반에 장례식에 와 줄 사람을 손꼽아야 했던 미수는, 이제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신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십수명의 사람들과 장례식을 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슬퍼야 할 장례식이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너무도 비상식적으로 그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염통이 고장난 남자주인공 동수의 힘이었다.

 

 

 <판타스틱한 장례식에 참석하는 미수와 동수>

 

그렇게 미수는 세상을 떠나고, 아주 당연하게도(드라마적인 당연함으로) 심장질환이 재발한 동수는 미수의 심장을 얻어 삶을 다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사라졌던 추억의 벽화앞에서 그는 마음의 눈으로 벽화를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마음으로 그녀를 그려본다. 그렇게 아름답게 그녀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이 마무리 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사실 창피하지만 조금 눈물을 흘릴 뻔 했다. 그건 젊은 날에 적도 없이 사라져가야 하는 여주인공 때문도, 인간은 왜 죽는가와 같은 철학적인 문제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동수가 미수를 사랑하는 마음, 오롯이 그 마음 때문이었다.

 

나의 눈시울이 촉촉해진 이유는 아마도 나의 삶에 있던 그녀혹은 그녀들에게 내가 저런 사랑을 주었었던가에 대한 반성이거나, 혹은 주었던 여자에 대한 그리움 이나 후회가 아니었을까.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급급해 소중했던 그 감정들을 잊어버린채 그냥 저냥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꼭지난날 헤어진 연인의 잔상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된다면,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 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추천하고 하고 싶은,

 

어찌됐건 아주 오랜만에 청승이라는 것을 떨게 해 준 드라마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 이었다.

 

 

<학창시절 동수가 그렸던 벽화앞의 동수와 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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